☥ 𝙰𝚃𝚁𝙾𝚇 𝙼𝙴𝙻𝙸𝙾𝚁 𝙳𝚄𝙻𝙲𝙸𝚂𝚂𝙸𝙼𝙰 𝚅𝙴𝚁𝙸𝚃𝙰𝚂 𝙼𝙴𝙽𝙳𝙰𝙲𝙸𝙸𝚂 ☥

4/09/2025

양날 면도기 입문

어렴풋이 나던 수염이 눈에 띄게 굵어질 무렵, 듬성듬성 샤프심처럼 삐져나온 털을 족집게로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프고 눈물도 찔끔 나오곤 했지만, 고통도 결국은 쾌락의 일종이라고 했던가? 나는 어느새 매일 저녁 수염을 하나하나 뽑는 버릇이 생겼다.
눈에 보이는 수염을 다 뽑아내고 매끈해진 턱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다음 날 여드름이 많이 올라왔다.
하긴, 모공을 막고 있던 털이 빠져나온 자리를 세균이 넘치는 손으로 조물딱거렸으니..

앞으로 더 많은 수염이 날 텐데 평생 뽑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털을 계속 뽑다 보면 모낭이 상해서 더 이상 털이 안 나는 경우도 있다기에 수염 뽑기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카트리지 면도기와 깡통에 든 셰이빙 폼을 사용해서 면도하고 나면 어째서인지 피부가 아렸다.
셰이빙 폼은 자꾸 세면대 배수구를 막히게 했고, 손을 씻거나 세안 또는 면도하고 나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졸졸 내려가는 물이 지겨웠다.

'수염 뽑기를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면, 면도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한다. 얼굴에 상처도 안 나고 세면대도 안 막히는 기가 막힌 면도 방법은 없을까?'라고 되뇌었다.



의문의 해답은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
장을 보러 갔다가 문득 카트리지 면도날을 여분으로 구매하려고 내 면도기와 호환되는 날을 찾고 있었다.
진열된 상품들을 살펴보니 특이하게 생긴 면도기가 있었다.
2015년쯤이었을까.


Van Der Hagen® Men's Traditional Safety Razor Kit